게임 이야기/쉽게쉽게 가는 영걸전

쉽게쉽게 가는 영걸전 - 오프닝

리츠베른 2022. 8. 6. 15:07

들어가기 전에

제형들께서는 '삼국지 영걸전'이라는 게임을 들어보셨는지?

이렇게 화두를 떼면 아마 몇몇 분들은 필자의 틀니를 압수하러 달려드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걸전이 한국에 전래되었을 당시 필자는 틀니를 끼고 영걸전을 즐기기에는 너무 어렸었고, 잼민이에 불과한 당시의 필자에게 영걸전은 너무나 어려운 게임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다행히 필자는 철이 덜 들었고, 그렇기에 나이가 다 찬 지금에 와서 한번쯤 영걸전에 도전해보려 한다.

강렬한 제1보

일단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브금을 틀어놓길 바란다. 엔니오 모리꼬네 할아버님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다. 

여기 황사로 인해 누렇게 떠버린 중국의 풀밭을 배경으로 석양을 등지고 들어오는 한 명의 삿갓 쓴 남자가 있다.

뭐지? 이거 <삼국지 영걸전>이 아니라 <석양의 무법자> 였었나? 아니, 좌측 하단의 짚신과 등에 메고 있는 돗자리를 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필자는 나이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이렇게나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는 유비를 본 적이 없다. 이러니까 유비 패왕설이 계속 나오는 거겠지.과연 후대의 삼국지 관련 작품들이 이 첫 수의 포스를 따라올 수 있을까? 필자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도트 그래픽이 되니까 좀 내가 알던 그 사람 같군.

치세의 인간흉기이자 난세의 인간흉기, 그 이름 장비, 자는 맹덕.

도트로도 서로를 바라보다가 전방을 주시하는 연출을 만들어 놓았다. 당대의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할 명작의 오프닝으로 부족함이 없다. 중간의 장비 맹덕도 귀여운 오타 수준. 게임이 어떻게 되든, 이 오프닝 하나만은 천천히 감상하고 있기에 부족함이 없다. 필자가 어릴 적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상점가에 다녀오다 보면 홀린 것처럼 문방구 앞 오락기의 오프닝 영상을 하염없이 감상하고는 했는데, 그 당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놀라운 도트 연출이다.